Disappear, 2009

People of the Trial, 2009, Glass sheets, glass paint, MDF, Lighting, dimensions variable

2009년 9월 11일, 독일 베를린의 안도파인아트(Aando Fine Art)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 9월은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Fall of the Berlin Wall) 20주년이 되던 해이고, 전시 오픈일은 911테러가 일어난 지 16주년이 되는 기념일이기도 했다. 냉전 시기에는 무고한 사람들이 간첩이나 공산주의자로 지목되어 고초를 겪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었고, 911테러 이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로 오인되어 곤경에 빠지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 이 시기에 독일 언론에서도 강화된 반테러 정책을 실행하는 사회 시스템에 의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른 정체성으로 오인되어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다루고 그에 대한 토론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테마에 관한 내용에 주목하게 되었다.

‘People of the Trial’은 1967년 동백림 사건1에 연루되었던 문화예술인들의 얼굴 이미지를 유리판 위에 흰색 페인트를 사용하여 네거티브로 그리고 조명을 비추어 전시장 벽면에 흐릿한 포지티브 이미지로 투영되도록 제작한 작품이었다.


Family, 2009, Tea leaves, MDF, wooden slats, 252x400cm
Family, 2009, Detail

Exhibition View
left: Reflected Self Images, 2009, right: Mistaken Identity_A Man with his Daughter, 2009
Reflected Self Images, 2009, Archival pigment prints, 50x40cm

‘Reflected Self Images’를 제작하기 위해 거울 위에 나의 얼굴 이미지를 네거티브로 그리고 야외로 나갔다. 이 거울 작업을 이용해서 햇빛을 반사해 그늘로 비추면 나의 얼굴 이미지가 흐릿한 포지티브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그 비춰진 장소의 상태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전시에는 6점 중 두 점을 걸었다.

‘A Man with his Daughter’는 시리아 캐나다 이중 국적을 지닌 한 남성이 2002년 집으로 향하던 길에 공항에서 알카에다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1년간 구류되고 고문까지 당한 사건에 관한 작업이었다. 작품에 사용된 이미지는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남성이 자신의 딸과 찍은 평범하고 행복한 순간을 보여준다. 이 남성은 구류되어 있는 동안 계속해서 자신은 한 아이의 아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흐릿한 반사광으로 표현된 리플랙션 이미지 작업이었다.

이 작품의 맞은편에는 행복해 보이는 한 가정의 실루엣을 찻잎과 그 반사광으로 이루어진 그림자로 만든 작품 ‘Family’가 설치되었다.


Masters of Dongbaeklim, 2009, Glass paint on mirrors, each 100x80cm
Masters of Dongbaeklim, 2009, Glass paint on mirrors, each 100x80cm

‘Masters of Dongbaeklim’은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었던 분 중에서 시인 천성병,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로의 포츄레이트를 거울 위에 흰색 페인트로 네거티브 이미지로 그려 넣은 작품이다. 관객의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서 음양이 반전된 네거티브 이미지로 보이기도 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포지티브 이미지로 보이기도 하는 작품이다.


Openning

같은 날의 오프닝을 돌아다니는 수 많은 관객들이 내 개인전 오프닝에 다녀갔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동안 전시했던 지역에서보다 다국적의 사람들이 전시장을 방문한 것 같고 사람들의 성향도 훨씬 개방적이고 작가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기억에 남는 관객이 두 분 있었다; 한 분은 프랑스인으로 이응로 작가님의 옛 제자인데 우연히 이 전시에 들어왔다가 스승님의 이미지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하셨고 또 한 분은 나이가 많은 독일 여성으로 내 전시를 한참 보시고는 “살아 생전에 이런 작품을 보고,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이 전시를 계기로 리플랙션 이미지 위주로 생산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빛과 거울을 이용하여 반전[Reversal]의 의미를 다루는 설치가 시작되었다.


  1. 동백림 사건(東伯林 事件) 또는 동베를린 사건(東Berlin事件)은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에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대한민국에서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에 이르는 유학생과 교민 등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고 간첩 교육을 받으며 대남 적화 활동을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중앙정보부가 간첩으로 지목한 인물 가운데 유럽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 천상병 시인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하였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간첩으로 지명한 교민과 유학생을 서독에서 납치해 강제로 대한민국으로 송환했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당시 서독 정부와 외교 문제를 빚기도 했다.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