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7일부터 8월 8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미술관 학예실장님이신 이수균 선생님께서는 내가 한국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시기부터 꾸준히 내 작품세계를 눈여겨봐 오셨고 2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한 번 정리해서 보여주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개인전을 제안하셨다. 있는 작품을 정리해서 전시하는 것이어도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예전 작품들의 상태를 체크해서 보수할 것은 보수하고, 다시 제작해야 하는 작품과 신작도 준비해야 했다. 무엇보다 전시공간에 작품들을 적절히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1관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오른쪽 공간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두 도시, 2014’를 설치했다. 좌대 위에 놓인 두 개의 액자 거울 위에 흰색 페인트로 표현된 평양과 서울의 네거티브 이미지가 조명 빛을 받으면 전시장 벽면에 포지티브로 반전된 흐릿한 두 도시의 이미지가 반사 되면서 겹치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는 서로 왕래할 수 없는 단절된 두 도시이지만 환영의 차원에서 서로 이어진 하나의 도시풍경으로 중첩된다. 전시 준비기간에 빈 전시장을 살펴보면서 전시 구성을 고심할 때 전시장을 들어서는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업으로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평행세계’설치1와 ‘성스러운 빛’ 시리즈의 일부인 ‘약속의 징표‘와 ‘무제’를 배치했다.
1관 2층으로 올라서면 왼쪽과 오른쪽 공간으로 나뉘는데, 왼쪽 첫 번째 공간에는 리플랙션 이미지를 위주로 걸었다. ‘콜렉티브 포츄레이트’ 시리즈인 ‘Celebrities as Kids’, ‘Oblivion-Victims’, ‘Missing’을 걸고 2002년도에 제작했던 ‘5 Portraits’를 재제작해서 걸었다.2 공간에 들어서서 정면에 보이는 벽에는 2003년에 제작한 ‘Lichtbild’를 걸었다. 전시를 본 사람들이 20년 전 작업을 어떻게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냐고 했다.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과거에 제작했던 작품들은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남긴 선물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2층 왼쪽 두 번째 공간에는 ‘Luxaflex’로부터 파생된 설치를 위주로 배치했다. ‘Spectrum of Reflections’라는 작품은 전시장 벽면에 “ㄷ“자 형태의 길고 좁은 홈을 만들고 바닥 면에 다양한 광고전단지를 붙여서 길고 좁은 공간 안에 반사광이 드러나도록 한 작품이다. 존경하는 선배 작가님은 이 작품을 보시고 마치 대한민국의 상처처럼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다.
이 전시장에는 ‘Impromptu’라는 설치작품을 처음 전시했다. 리플랙션 이미지를 만들면서 그것이 초상화가 되었든, 추상적인 빛(Luxaflex)이 되었든 그 반사광이 만들어지는 표면, 근원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작업을 해왔는데 이 작업에서는 순수한 그리기의 행위로 만들어진 색면의 반사광을 이용하기로 하고 설치도 전시장에서 즉흥적으로 했다. 색면이 그려진 포맥스 판의 성질에 따라 휘어지고 쳐지는 것도 그대로 살려서 작업했다.
2층 오른쪽 첫 번째 공간에는 초기 사진작업인 ‘Light Figures’ 시리즈와 그 밖의 사진작업을 배치했다. ‘Light Figures’ 시리즈 중에는 필름으로만 보관하고 있던 작업을 새로 스캔하고 프린트해서 액자에 넣어 전시했다. 다른 편에는 거울을 이용한 Reversal 사진 작업 시리즈, 벽돌줄눈 작업 시리즈 등을 걸었다. 두 공간 사이의 암막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면 ‘기여화광’ 설치작업을 볼 수 있었는데, 간혹 이 작업을 지나친 사람들이 있었다.
2관
2관에는 2019년에 성곡에 처음 전시했던 커피 가루 작업 ‘대한제국의 꿈’과 찻잎 설치작업 ‘Man with a Plant'(2003년 작)를 큰 벽에 설치하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드로잉, 아이디어스케치 등을 한쪽 벽면에 걸었다. 코로나 펜데믹이 터진 이후에 전시도 별로 없고 작업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설치에 사용하던 찻잎, 커피 가루, 홍화잎 등을 드로잉 재료로 이용한 작업을 진행했었는데, 그 작업을 정리해서 한쪽 벽면에 설치했다.
코로나를 비롯한 최신 보도이미지를 추가한 ‘Parallel World_Hands across Time’, ‘Parallel World_Paradise’를 섞어서 설치함 ↩
‘5 Portraits‘를 처음 제작했던 2002년도에는 나무쫄대에 이미지를 붙이고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못을 박은 다음, 작업한 쫄대를 순서에 맞게 하나씩 못 위에 얹어서 설치했었는데, 이번에는 금속으로 삼각파이프 형태로 제작하고 분채도장으로 마감한 이후에 패브릭 시트지 위에 프린트한 것을 각 파이프 면에 붙였다. 내구성을 생각한 끝에 만들어본 구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