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with a Plant, 2003

Man with a Plant, 2003, Tea leaves, plywood, 200x100cm, 120x84cm

2003년에 찻잎 설치 작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설치할 수 있도록 이동식으로 제작했다. 벽에 수직으로 고정될 수도 있지만 운주사의 작은 석불들이 바위벽에 기대 서 있는 자연스러운 설치방식이 떠올라서 선반구조 판을 벽에 기대 세우고 찻잎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작품이 아직 어느 곳에도 전시된 적이 없는 상황에서 휴일에 학교의 빈 전시 공간에 설치하고 사진을 찍어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사진은 설치 완료 후에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Man with a Plant, 2003, Tea leaves, plywood, Exhibitionview: 2004 LEEREXVISION Coming People

2004년 독일의 소도시 헤어포트라는 곳에 MaRTa Herford라는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당시 미술관의 관장이셨던 얀 훗(Jan Hoet, 1936-2014)1이 쿤스트 아카데미 뮌스터의 학생들을 초대해 인적이 드물어진 헤어포트 도심에 늘어선 점포들의 쇼윈도를 전시장으로 삼아 미술전을 개최하고 쇠락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전시 프로젝트“LEEREXVISION Coming People”를 제안했다. 나는 ‘Man with a Plant’를 전시하기로 하고 기존의 쇼윈도에 이 설치에 적합하도록 흰 벽을 세워달라고 미술관 측에 요청했다.

쇼윈도 안에서 찻잎 설치를 하다 보면 지나가던 행인이 멈춰서 구경하는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 작품에 대해 행인이 나누는 대화가 생각보다 잘 들리기도 한다.

작품 앞 왼쪽에 작품 안내를 하시는 교수님 기욤바일과 그 오른편에 얀 훗, 오른쪽 뒤에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전시 오프닝 행사가 있었던 날 저녁에 미술관 관장 얀 훗이 거리에 설치된 작품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셨다. 내 작업을 보시고는 “Gratulation! Du siehst, was du nicht siehst!” 라고 하셨다.


2021년 성곡미술관 개인전을 앞두고 스튜디오에서 마지막으로 설치해 본 모습. 현재 성곡미술관 소장.

  1. 벨기에의 미술관 SMAK의 설립자. 1992년 벨기에의 한 메거진에서 얀 훗을 벨기에의 가장 섹시한 인물 10명 중의 한 명으로 뽑았다. 벨기에의 총리 Elio Di Rupo는 그의 죽음에 대해 벨기에의 미술계가 아버지를 잃었다고 표현했다. 화가 Luc Tuymans의 첫 작품을 구입하고 현대 회화에서 Tuymans를 세계적인 이름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