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雨


우연히 중국을 여행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당나라 때의 시인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멋진 시를 소개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언급한 시는 다음과 같다:

好雨知時節 當春及發生(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倶黒 江船火獨明(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내리고 봄이 되면 싹이 나고 자라네
바람 따라 살며시 밤에 들어와 가늘어 소리가 없어도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과 함께 어두운데 강가 배에는 등불 홀로 밝네
새벽에 붉게 물든 곳을 바라보니 꽃들이 금관성에 많이도 피었네

밤사이 소리 없이 조용히(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내린 비가 만물을 적시고 피워낸다는 문구가 맘에 들었다. 과거 선조들은 스스로의 호(號)를 짓기도 했다던데 재미삼아 춘우(春雨)라고 내 호를 지어 보았다. “춘우!”라고 그 누구도 날 부르는 일은 없겠지만 왠지 근사한 호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대학교 때 전각 수업 교수님께서 각자 자신의 호를 만들어보라고 하셨고 자기가 사는 지역과 관련이 있는 글자를 쓰기도 한다는 힌트를 주셨던게 생각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살던 신림동의 관악산(冠岳山)에서 글자를 따와서 관산(冠山)이라고 짓고 그 호를 새겨 도장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춘우(春雨)는 내 두 번째 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