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The Collection & D Palace” 에 참여하였다. 미술관을 분양 홍보관으로 사용하면서 공간을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꾸미는 컨셉의 전시였다. 분양하는 건물에서 덕수궁이 내려다 보인다고 광고를 하는 것을 보고 덕수궁에 주목하게 되었다. 다음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성했던 글이다.
전시 컨셉트와 연결지점이 있는 장소인 덕수궁의 풍경을 작품 이미지에 담기로 했다. 고종이 조선의 새로운 번영을 꿈꾸며 지은 석조전과 전통양식의 궁의 처마를 화면 양쪽에 두고 그 사이로 덕수궁의 나무들 그리고 그 뒤로 인왕산의 실루엣이 중첩되도록 구성했다. 서구의 문물이 들어오는 근대라는 시대를 반영하고 고종황제가 커피를 즐겨마셨다고 하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커피가루를 작업재료로 이용하였다. 따라서 전시장에는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게 된다. (커피는 식민지적인 생산품이라는 맥락을 지닌 재료이기도 하지만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며 그런 맥락을 떠올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커피의 반사광이 이미지의 그림자를 흐릿하게 반영하도록 좁은 블라인드 형식의 구조물 위에 한 줄 한 줄 커피를 뿌려 이미지를 완성했다. 서울시민이 즐겨찾는 명소의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동시에 자주적인 근대화를 꿈꾸었던 고종이 지은 석조전의 아픈 역사를 반영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