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평행세계 빛 작업을 야간에 시도한 이후로 생각난 것을 작업실 앞 공터에서 해보았다. 첫 번째 것은 손바닥 위에 안료를 뿜어 실루엣을 남겼던 선사인(先史人)의 핸드스텐실처럼 안료 대신에 빛을 쏘아서 그림자가 드러나게 한 것이다. 빛의 반경은 손바닥을 기준으로 최대한 선사동굴벽화에 뿌려진 핸드스텐실의 안료 느낌 정도의 크기가 되도록 조절했다.
두 번째 시도는 박스에 손바닥 실루엣을 모양대로 도려내고 빛을 비추어 빛으로 이루어진 손바닥 실루엣을 만드는 것이었다. 밤에 이 빛 실루엣을 비추면 손바닥 실루엣 안쪽으로만 그것이 비추어진 벽면의 재료를 드러내기 때문에 그 벽면의 재료로 이루어진 손바닥처럼 보일 수 있을거라 상상했고. 크기도 크게 해서 기념비적인 느낌이 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나중에 붉은 벽돌이나 바위 같은 표면에 작업을 하고 사진 작업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