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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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에 결국 커피 설치작업을 출품하게 되었다. 미술관 정원에 있는 여러 조각 작품들의 사진을 찍어와 실루엣을 추출해서 최종 이미지를 구성하기로 했다.

Shadow Studies

출품작에 대한 글: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출품하는 이 작업은 커피가루를 활용한 설치작품이다. 벽면에 설치된 선반 구조의 화면 위에 커피가루를 뿌려, 각 칸마다 올려진 커피가루의 그림자가 어우러져 조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 사용된 커피가루는 선반에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아주 가볍게 얹힌 상태로 존재한다. 그 위로 비치는 빛과 그림자는 언뜻 보기엔 견고한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조각의 실루엣들은 지난 30년간 성곡미술관 정원을 지켜온 존재들이며, 이는 곧 성곡미술관이 예술가들과 함께 쌓아온 시간의 조각들이기도 하다. 나는 이 조각들을 빛의 흔적으로 남기며, 그 위태로운 아름다움과 함께 예술의 지속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