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졸업 전시를 했다. 쿤스트아카데미 뮌스터에는 전시 공간이 두 개가 있는데 졸업생은 두 공간 중의 한 곳에서 개인전을 해야 졸업시험을 치를 수 있다.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실기실 벽이나 복도에 몇 점을 거는 것과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나는 일상생활 속의 세제용기나 제품포장지 이미지를 그려 그 반사광을 이용한 리플랙션 이미지 설치작품을 인체 스케일보다 크게 제작하여 전시장을 채우기로 했다. 대부분 독일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는 화려한 색상을 가진 상품들의 이미지였다.
심사를 마치고 전시가 오픈되어 학교 학생들과 지인들, 뮌스터 시민 몇 분이 전시장을 찾아와 축하도 해주고 전시관람을 했다. 내 오른쪽 독일인은 내 작업이 마음에 드신다며 그중 ‘Felix’를 구입하겠다고 하셨다. 내가 설치작품이고 일반가정에는 크지 않겠냐고 했지만 상관 없다며 자신의 집에 설치를 해달라고 하셨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졸업전을 치룬 것이었는데 큰 보탬이 되어 대단히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