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Figure’ 시리즈의 초기 작업은 실내 공간을 배경으로 작업하다가 거리를 오가는 일상적인 모습의 빛형상으로 연출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첫 번째 노출에는 빛의 궤적을 실내에서 촬영하고 같은 필름 위에 거리 풍경을 또 한번 노출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빛의 궤적을 만들어내는 램프의 밝기도 적당하게 찍혀야 하고 다시 한 번 배경도 적정 노출로 찍혀야 하니 여러번 실패를 거듭하며 촬영을 했다. 사진의 배경은 내가 살던 도시 뒤쎌도르프의 자주 다니던 장소들이다.
이 작업들은 모두 컬러 슬라이드 필름으로 작업했고 저녁 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30여 점의 슬라이드가 완성되었다. 나는 당시 아직 독일 미대에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과 독일 학생들과 함께 전시를 만들어 라이트박스 형식으로 만든 ‘Light Figure’ 시리즈를 전시하기도 하고 무작정 베를린으로 가서 어떤 갤러리에서 슬라이드쇼를 했던 기억도 있다. ‘Light Figure(독일어 원제: Lichtfigur)’는 그당시 선배들과 자주 만나던 독일 학생들이 이 작업에 그 단어가 어울린다며 제안해 주어서 붙이게 된 제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