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Europe Mediations, 2007

Shadow of Justice, 2007, Wall installation with tea leaves, PVC profiles, wooden slats, 350x200cm

2007년 여름 예상하지 못했던 국제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폴란드의 도시 포즈난(Poznań)에 위치한 국립미술관에서 유럽, 아시아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전시 “Asia-Europe Mediations”였다. 처음엔 어떤 경로로 내가 이 전시에 초대되었는지도 모른 채 작품선정을 하고 운송을 하고 설치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토멕(Tomek1)이라 불리는 폴란드 전시 기획자가 함부르크에서 만나서 자신의 차로 폴란드로 가자고 하여 무작정 함부르크로 갔다. 거기서 우리 부부는 토멕을 만나 인사를 하고 그의 차에 올랐는데 독일에서 볼일이 남았다고 하여 그를 따라 베를린도 들렀다가 늦은 밤이 돼서야 폴란드로 출발했다. 캄캄한 밤에 처음 보는 폴란드인 차를 타고 독일 폴란드 국경을 넘어 달리는데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다. 폴란드 포즈난에 도착하여 토멕이 데려다준 숙소에서 자고 다음 날 미술관으로 나가 내 작품이 설치될 공간을 배정 받았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다른 작가들보다 조금 이른 날짜여서 하루 정도 설치하다 보니 다른 작가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내가 먼저 설치를 하고 있으니 신기해하면서 다가와 인사들을 했는데, 하나같이 물어보는 질문이 “근데 너는 누구 커넥션으로 왔니?”하는 것었다. “커넥션?, 난 잘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하니 다들 의아해했다.

폴란드 미술관 측과 함께 전시를 기획한 중국 상하이의 젠다이 미술관 관장(Shen Qibin)이 나의 찻잎 설치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이어지는 상하이에서의 전시 “Soft Power”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나중에 나를 이 전시에 추천한 분이 고(故) 이원일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Shadow of Justice 설치장면, 홍차 잎을 한줄한줄 좁은 선반 위에 올리고 있는 모습.

나는 찻잎을 좁은 선반 구조 위에 한 줄 한 줄 올려서 만든 설치작품 “Shadow of Justice”를 출품했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24년에 이 작업을 되돌아보면, 장 보드리아르가 디즈니랜드에 대해 “디즈니랜드는 ‘진짜’ 나라, ‘진짜’ 미국의 모든 것이 디즈니랜드(시뮬레이션)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존재합니다. 디즈니랜드는 우리가 디즈니랜드를 제외한 나머지가 진짜라고 믿게 하기 위해 가상의 공간으로 제시됩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정의의 신 조각상”과 같은 어떤 가치를 견고하고 영속적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조각상이라는 장치는 그것이 약속하는 가치가 현실사회에서 재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숨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다. 이에 작품에 가까이 다가선 관객이 입김만 후 하고 불어도 곧 흩어져버린 듯한 찻잎으로 이루어진 흐릿한 그림자 버젼의 정의의 신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오픈날 관객들 뒤로 Shadow of Justice
Chulyoung & Sylvia’s Wedding in Korea 가 전시된 공간

작품 설치를 하고 있는 Heri Dono(자전거 작품 뒤)와 어시
앞쪽에 완성된 Heri Dono의 작품, 벽면 가득 생크림을 바르는 설치를 하고 있는 송동(Song Dong, 왼쪽 검은색 옷)
오른쪽은 캐나다 작가 윌관(Will Kwan)과 녹색 벽에 설치된 그의 비디오 작업
왼쪽 벽에 인도 작가 실파 굽타(shilpa Gupta)의 사진작업
전준호 작가님의 영상작업 (당시 한국에서 주목 받고 있던 작가님의 작업을 폴란드에서 처음 보았다)
태국 작가 바산 시티켓(Vasan Sitthiket)의 퍼포먼스, 채소를 몸에 폭탄처럼 테이프로 감고, 바닥에 쌀을 뿌려 Make Art Not War라고 쓰셨다. 퍼포먼스 직전에 영상촬영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긴장하고 도와드렸던 기억이 난다.
오프닝 행사에서 참여 작가들과 기념사진, 호추니엔(Ho Tzu Nyen 왼쪽에서 세번째)과 그의 와이프, 헤리도노(Heri Dono 왼쪽에서 다섯번째), 바산 시티켓(Vasan Sitthiket(왼쪽에서 아홉번째)

이 전시에 참여하면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훌륭한 아시아 작가들과 작품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작가 헤리도노는 작업을 나무로 하면 자신의 나라에서는 벌레가 쉽게 갉아 먹는게 골치라고 했고, 싱가폴 작가 호추니엔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영상작업을 방송국에서 소장하기도 한다고 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바산시티켓 작가님은 자신의 티셔츠 프로젝트를 기록한 미니도록 한 권과 본인 노래가 담긴 시디앨범을 주셨다.


전시장 외관, Muzeum Narodowe라고 씌어있는데 국립 미술관이라는 뜻이다.

  1. 풀네임은 Tomasz Wend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