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의 설치 작업은 평행한 두 세계의 대립과 긴장으로 형성된다. 1차적 세계는 이미지가 파생되어 나오는 현실의 세계로서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고 접할 수 있는 비 미술적 소품들이 속한 세계이다. 예컨대 <리플렉션 Reflection> 작품 시리즈에서는 일정 간격으로 늘어세운 블라인드 같은 백색의 좁은 선반들, 그 위에 살짝 얹혀 있는 커피가루, 찻잎 등이다. 이어서, 쌓인 찻잎의 높낮이와 형태에 조명이 더해져 절묘하게 배열된 이러한 일상의 물건들은 멀리서 보면 멋진 실루엣의 기념비적 풍경화라는 2차적 세계로 탈바꿈한다. 즉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한 1차적 공간과 그로부터 탄생한 2차적 공간 사이에는 형태적, 또는 본질적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으며, 바로 이 평행한 두 세계 사이에 이창원의 예술적 작업이 개입하는 것이다.
이창원은 이 두 세계 사이의 거리를 가능한 멀리두기 위해 모델과 이미지의 불일치를 내세운다. 극히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전통적인 원근법적 구성에서는 모델과 그 이미지는 실체와 그림자의 관계로서 최대한 가깝고, 서로 닮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예술은 그 둘 사이를 매개하는 거울처럼 둘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가깝게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이창원은 예술의 상징물인 거울과 창문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둘 사이를 가깝게 하는 매개물이 아니라 오히려 멀리 떨어지게 하는 분리자로서 기능함을 제시한다. 원본과 복사물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고, 원본으로부터 새로운 다른 실체가 파생되는 현대 사회의 현상이 이창원의 예술 세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행하는 세계 Parallel World>, <성스러운 빛 Holy Light> 시리즈 등에서도 어떤 현실을 반영하는 미디어에 의해 제작된 이미지와 그러한 현실로부터 이창원이 떼어내어 새로운 환경 속에 투영시킨 이미지가 평행하게 대치하며 그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변화와 창조에 맡겨진 새로운 예술적 이미지의 세계로 변신한다.
하나의 사물이 다른 것이 될 수 없고 오직 그것으로 영속한다는 편견과 신념에 대항하는 이창원의 평행한 세계의 폭로는 그의 예술세계의 궁극적 창조의 힘과 희열의 원천이 된다.
이번 전시는 이창원 작가의 독일유학시절인 2002년부터 현재까지의 작업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한국중견작가의 중간 회고전으로, 모델과 이미지의 불일치를 내세우는 이창원 작가만의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며, 그의 이 파격적 해석에 참여함은 바로 새로운 창작의 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수균(성곡미술관 학예실장)
Changwon LEE, Parallel World
Changwon LEE’s art works are composed of the juxtaposition and tension between two parallel worlds. Among the two worlds, one is the world of reality, where images are derived from non-artistic objects that we commonly encounter in our daily lives. For example, in the Image of Reflection series, several narrow white shelves are lined up at regular intervals like window shades with coffee powder and dried tea leaves scattered on top, which make up the primary world. When the lighting strikes the tea leaves of varying heights and shapes, their unfamiliar silhouettes transform into a secondary world consisting of monumental landscapes. In other words, there is no formative or fundamental similarity between the primary world designed to create images and the secondary world created as a result, which is where Lee’s artistic intention intervenes between these two parallel worlds.
LEE emphasizes the discrepancy between the model and the image with the aim to maintain the maximum distance between these two parallel worlds. This constitutes an extremely proposition, as the traditional notion of a model and its image considers them to be as close and identical to each other as possible, representing the relationship between a real object and its shadow. In other words, art generally seeks to minimize the distance between the two, as though mediated by a mirror. However, Lee finds another way to use mirrors, a symbol of art, by allowing it to function as a separator instead. In his artistic realm, the hierarchy between the original and its copy disappears, and new entities are derived from the original, a phenomenon that can also be observed in modern society.
Likewise, in his other series of artwork, including Parallel World, Vapour Like Fire Light and Holy Light, etc. LEE places newspaper reportage photos, advertising leaflets and plastic containers in parallel with images separated from them and projected into new environments, and transforms them into new artistic images that retain the energy of unconventional change and creation.
LEE’s revelation of the parallel world, rejecting the preconception that one thing cannot become another and only perpetuates itself, becomes the source of the power and joy of ultimate creation in his artistic universe.
SouKyou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