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무렵 독일에서 시도했던 작업. 비닐 두 장을 겹치고 다리미로 본인의 실루엣 이외의 부분에만 열을 가해 붙인 후에 공간이 된 실루엣 안에 찻잎가루를 채웠다.
독일 유학 생활 초기에는 오렌지, 소시지, 빵과 같은 식료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식료품 재료를 이용해서 이런 저런 실험적인 작업을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아시아 식료품점에서 홍차잎을 발견하게 되었고 찻잎, 커피가루, 옥수수가루 같은 재료들을 이용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단단한 물질을 다루는 전통적인 조각을 전공했던 본인에게 이러한 가루들은 일종의 반항이기도 했고 해방감 비슷한 것을 주었던 것 같다. 이러한 시도는 부스러지고 쉽게 흩어지는 재료로 단단하고 영속적인 것들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